기쁨을주는사람

[스크랩] 마당이 꽁~ 얼어 붙었습니다 ...

기쁨을주는사람 2012. 12. 13. 02:17

 

 

 

 

마당이 꽁~ 얼어 붙었습니다.
곱게 내린 눈은 철쭉과 모과나무 가지에서 얼음 꽃을 피우고
소나무 등 타고 오르던 담쟁이,
연못가 다소곳한 맨드라미,
사철 푸른 대나무 숲,
모두 새하얀 눈을 이마에 얹은 채 시린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내리는 눈과 씨름하며
마당을 쓰는 수녀님들의 경쾌한 비질 소리에
안에만 웅크리고 싶던 마음을 털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낡은 빗자루 하나 들고 눈을 쓸어내기 시작합니다.
몇 번의 비질이 지나간 자리에 고운 가르마 같은 길이 생겼습니다.
이 하얀 길 저편에서 세례자 요한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합니다.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루카 3,4)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와 함께 새 한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기다림이 깊어지고 두 번째 대림초에도 보랏빛 불이 밝혀졌습니다.
오시는 주님을 깨어 기다리는 이 대림의 시간은
일상의 것들로 무뎌졌던 마음에 새 빛이 밝혀지는 은총의 때입니다.
누추하고 보잘 것 없는 우리 마음을
구유 삼아 오시는 주님의 크신 사랑과 겸손 앞에
그저 따스하고 온기가 느껴지는 마구간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이천 년 전 베들레헴의 마구간처럼 말입니다.

얼마 전 DVD 『크리스마스 이야기』 가 출간되었습니다.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교훈을 주는 이솝 우화처럼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예수님 탄생을 둘러싼 사건들과 동물들의 모험이야기를 통해
성탄 메시지를 전해주는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성탄 이야기와
아기 예수님을 구하려는 동물들의 우정과 모험에 감동을 받으면서
어린 조카들에게 보여주면 참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늙은 나귀는
나이 들고 힘이 없어 쓸모 없는 존재로 나날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구간을 찾아온 부부와 아이의 탄생으로
그 늙은 나귀의 삶은 완전히 바뀌고 말지요.
늙은 나귀의 마지막 대사는
대림을 보내고 있는 제 마음에 따뜻한 성탄 메시지를 던져 주었습니다.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야.
하지만 우린 그것을 잊어버리고 늘 서로 싸우려고만 하지.
그래서 이 아기가 오신 거야.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해서 사랑에 이르도록 하려고 말이야.
그러니 사랑을 결코 놓아선 안돼."
(늙은 나귀가 어린 나귀에게 건네는 대사 중에서)

그렇습니다.
사랑을 잊은 채 지쳐가는 우리 마음에
주님은 오늘, 바로 오늘 오십니다.
깨어 기다리는 마음에 사랑의 불을 다시 지펴주시려고 오십니다.
어둠에 갇혀버린 세상을 향해 당신 사랑의 불꽃이 되라고 주님은 오십니다.
문을 활짝 열고 오시는 주님을 맞이 할 때입니다.
"마라나타, 주 예수여 오소서!"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Silver Bells - Pat Bo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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