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에겐 네 분의 어머니가 계십니다 ...
저를 낳아 주신 어머니, 저를 키워주신 할머니, 고모, 작은 엄마 모두 잊을 수 없는 분이십니다. 네 살 때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재가 하셨고, 그 빈자리를 메꿔주신 덕분에 밝은 아이로 자랄 수 있었습니다.
지난 주 작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부고를 받고 처음엔 믿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결혼해서 함께 걸어온 시간을 생각하면 작은 엄마의 부재는 할머니의 부재만큼이나 힘들게 다가왔습니다.
이제 환갑인데, 그동안 아프다는 말씀도 없으셨는데, 그렇게 무정하게 가실 수는 없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뵙지도 못하고, 전화도 못 드렸는데 황망히 떠나시다니요.
작은 엄마가 떠난 자리엔 쓰시던 성경 필사본만 남았습니다. 작은 아버지 말씀에 의하면 세 번째 필사 중이셨다고 합니다. 쓰다 만 노트를 펼쳐보니 또박 또박 쓴 글씨가 제 눈엔 자꾸만 흐리게 보였습니다.
마음을 다스릴 겸 윤영란 수녀님이 쓴 「나도 예쁘고 너도 예쁘다」란 책을 잡았습니다. 새로 나는 성경공부를 통해 어르신들과 더불어 말씀과 삶을 접목시킨 사례들이 제 가슴을 뜨겁게 했습니다. 삶을 변화시키는데 말씀보다 좋은 건 없구나! 하는 감탄과 동시에 비로소 작은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씀 안에서 말씀으로 정화되셨을 작은 엄마, 너무 늦은 고백이지만 사랑합니다!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
Evening Bell / Sheila Ryan (Celtic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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