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쿵!! ...
휘청~
쿵!!
이 몸이 넘어지는 소리입니다.
얼마 전에 몸이 휘청하더니 여섯 개의 계단에서 쿵쿵~
내리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었습니다.
일어서지도 못하고 한참을 주저앉아 있다가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끙끙대며 몸을 일으켰습니다.
온몸이 한 달간 멍든 것처럼 아팠더랬습니다.
이제 좀 괜찮아질 때쯤 되었는데 엊그제 또다시 발목에 힘이 풀리더니
그만 계단도 보지 못하고 휘청~ 쿵!!
“아~ 아파~~”
이번엔 무릎입니다.
눈물을 찔끔거렸습니다.
절룩거리며 미사나 기도 때 장궤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난의 연속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잘 넘어지는 건지
누구 말대로 조심성이 없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뛰다가 넘어진 것도 아니고
그저 천천히 내딛은 한 발이 스르르 힘이 풀렸습니다.
이건 할머니들께 자주 일어나는 현상인데 말입니다.
창피해서 세 개짜리 계단에서 넘어졌다는 소리도 못합니다.
전에는 넘어지면 창피해서라도 벌떡 일어섰었는데
이젠 넘어져서는 일어서지도 못합니다.
창피함보다는 아픈 게 먼저입니다.
점점 일어서기가 힘듭니다.
누군가 손을 잡아주기라도 하면 거기에 기대어 겨우 일어섭니다.
기도 내내 제 영적 삶도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넘어지고 쓰러지면 금세 훌훌 털고 일어서지 못하고
몸을 추스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영적인 상태도 한번 어둔 곳으로 들어가면 나올 줄을 모릅니다.
마음도 몸도 더디게 움직이는 나이가 되었다는 걸 실감합니다.
다시 몸이 성해질 때까지, 마음이 성해질 때까지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이 나를 기다려줍니다.
그 기다림 안에서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넘어진 것에 화만 내고 짜증만 낼 게 아니라
몇 번이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
그것에 감사드리는 요즘입니다.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