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성주간 전에 부활 준비를 하려 시장에 나갔다가 ...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음식점에 들어갔더랬습니다. 음식점 주인 할머니께서는 믿음이 없으심에도 가끔 나타나는 수녀들을 반겨주십니다. 적당한 자리를 잡고 앉아서 따뜻한 국물로 새벽의 찬 공기를 털어내고 있으려니 장사준비로 분주하시던 할머니께서 말을 건네십니다. “수녀님! 내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어느 날, 수녀님 두 분이 오셔서 앉아 계시는데 마침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이 두 분 들어오는 거예요. 그런데 일층에는 더 이상 자리가 없고 그분들 보고 이층으로 올라가라 할 수도 없어서 수녀님들께 이층으로 올라가실 수 있는지 양해를 구했지요. 그런데 한분은 그러겠다 하시는데 다른 한분은 ‘그럼 그냥 가겠다’며 일어나서 나가버리더라구요. 난 그때 참 난감하대요. 수녀님 생각은 어때요?” 밥을 먹다가 갑자기 머리가 띵해집니다.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습니다. 그 순간 수녀님들께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지 싶습니다. 우선 대신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혹시 수녀님들 연세가 많으셨는지 여쭤보니 아니랍니다. 그랬으면 그런 부탁 하지도 않았답니다. 벌써 2,3주 전 일이라며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들으며 수도자가 삶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할 때 누군가의 마음에 짐을 얹어 놓는 것임을 새삼 기억하게 됩니다. 그래도 주인 할머니는 넉넉한 웃음을 웃으시며 지금은 종교가 없지만 후에라도 다니고 싶고 그때는 천주교를 다닐 생각이라며 밥 먹고 있는 수녀들 마음을 가볍게 해 주십니다.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음식점을 나서면서 맘에 품고 있던 것 말씀 해주시니 참 고맙다는 생각을 합니다. 약함과 부족함 때문에 상처받고 걸려 넘어지는 이들을 기억하며 성주간 동안 주님 곁에서 깊은 기도를 올리고자 합니다.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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