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엘 다녀왔습니다...
여주엘 다녀왔습니다.
여주 수녀원 뒷산을 보면 작년까지만 해도
산 중앙 검게 탄 부분이 내내 마음이 쓰였습니다.
3년 전 거센 불길에 아름다운 산의 한 부분이 타버렸습니다.
그러고서는 여주에 가면 늘 그 산이 맘에 쓰여 보고 또 보곤 했었습니다.
간혹 올라 다녔던 곳이었지만 불이 난 후로 그쪽으론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선지 마음 한 구석 미안함이 있었나 봅니다.
서로가 상처를 들여다보지 않으려는 듯
언제나 힐끔힐끔 몰래 쳐다보기만 했었습니다.
이번에 여주에 가서 보니 흰 눈만이 그 상처 난 곳을
솜이불마냥 덮어주고 있었습니다.
며칠, 날이 따뜻해지고 하늘이 맑아 주위 나무가 하나 둘
초록의 옷으로 갈아입고 봄기운을 가득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따뜻한 봄바람에 무심코 먼 데 산을 본다는 것이 그만 그 산의 검게 그을린
상처 난 곳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다행히 그 상처에도 이미 초록빛 새살이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아픈 상처를 딛고 살아내려 무던히도 애쓰고 있었습니다.
순간 그 상처 난 부분을 다시 살리기 위해
주위의 많은 나무와 꽃, 작은 잡초들 그리고 바람과 태양이
얼마나 애쓰고 맘을 썼을까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애잔해지며 따뜻해져옵니다.
이렇게 아프고 약한 부분 때문에 힘있고 조금 건강한 형제자매들이
젖 먹던 힘을 모아 그 약한 것에게 보내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단 저 산뿐만 아니라 그 자연의 일부인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더 약하고 가난한 형제에게 맘을 쓰시는 부모님,
버림받은 이들과 함께 하셨던 예수님,
모두가 같은 마음이셨을 겁니다.
사순시기 그 막바지에 이르면서 이렇듯 저 산의 한 부분처럼
저의 상처 난 부분도 살기 위해 애를 쓰고
공동체 수녀님들과 나를 사랑하는 이들 역시
나의 약한 부분을 살리기 위해
기도와 사랑을 계속 주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나를 위한 사랑의 열매 십자가를 바라보며
예수님의 사랑의 고통이 지금 나를 낫게 한다는 것에
가슴 아리게 감사했습니다.
십자가가 준 선물인 내 안에서 돋아나는 새살이
참 예쁘고 대견한 감사로운 시간입니다.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