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을주는사람
2009. 7. 17. 20:22
작년부터 찾아 헤메었던 설견초 이야기입니다. 일명 곰보배추, 만병초, 배암차즈기, 문디배추 등으로 불리며 기침과 천식에 특효로 알려져 있는 꿀풀과 식물입니다. 곰보배추라는 이름에는 실력이 있으면서도 외모때문에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의 비애가 묻어나기도 합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봉추(방통)같다고나 할까? 이녀석을 작년 장마무렵부터 찾기 시작하여 초겨울까지 찾아보았습니다만. 찾지 못한 채 한해를 넘기게 되었고 관련자료를 물색하여 올해에는 작심하고 4월부터 발품을 팔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엠보싱 형태의 배추잎모양, 줄기가 사각파이프같고 십자형으로 잎이 돋으며 연보라색 꽃이 핀다는... 물기 있는 논밭둑에 자생하는 이 약초식물을 찾을 수 없었던데는 악명(?)높은 제초제 탓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끈질긴 생명력과 겨우살이의 뚝심으로 제초제가 살포되기 전인 봄철에 여느 봄나물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곰보배추를 만났습니다. 밭둑보다는 논둑에...엄밀히 말해 제초제가 닿지 않는 논과 논 사이의 땅주인 없는 수로나 제초제를 살포하지 않는 게으르신(?)농부의 논둑에서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만날 수 있는 제법 귀한 녀석입니다. 여러날을 돌아다닌 끝에 감격스럽게도 곰보배추 군락지도 만날 수 있었고 만성기침으로 고통받는 지인에게 희소식을 전하며 선물할 수도 있었습니다. 기침에 좋다는 별별 약과 음식을 먹어도 신통치 않았던 그가 곰보배추를 만나고 호전되는 모습은 삶의기쁨이 됩니다. 군락지를 발견한 후 일부러 몇 뿌리씩은 남겨놓는 당연한 행태를 잊지 않았습니다 그려. 척박한 곳에서 쓸쓸히 지내는 듯 보이는 녀석도 운명처럼(?)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제초제로 깔끔(?)하게 정리된 논둑에는 살지 못하는 당연한 식물의 생애와 인간의 무자비함에 대해서도 생각하면서 들판을 누볐더랬습니다. 그리고 이내 나의 밭 한켠으로 이주시키고 마음 조려 지켜보며 무탈하게 자라는 모습에 안심하고 있는 사이 어느덧 봄가뭄에도 아랑곳없이 성장하여 연보랏빛 꽃을 피웠네요. 웬지 꿀풀과 식물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고초, 배초향, 박하, 들깨, 참깨...특유의 향과 효능이 탁월하며 적응력도 뛰어나다지요? 씨를 잘 받아서 묵혀있는 논을 빌려놓은 곳에 정착시켜 줄 생각입니다. 애먼 버드나무만 어른 키보다 높게 자란 버려진 논바닥에서의 설견초와 꿀풀들의 화려한 보랏빛 향연을 상상해봅니다. 설견초를 잠시 이주시켰던 너른 밭에는 기장을 심을 예정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