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을주는사람

[스크랩] 잔치국수와 컵라면 ...

기쁨을주는사람 2014. 4. 18. 21:27

 

 

 

 

찬미예수님!

말씀으로 새로 나는 신나는 인생

나도 예쁘고
너도 예쁘다

윤영란 지음
박인숙 정리

P바오로딸

 
잔치국수와 컵라면 
 
하회탈의 미소 
 
   입을 꼭 다물고  조금 날카로운 눈빛으로  혼자 행동하던
국수 세 그릇 할머니의 모습이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달라
졌습니다. 교실이나 복도에서 누군가와 마주치면 할머니는
무표정한 얼굴로  얼른 지나치곤 하셨어요.  말이라도 걸까
봐 서둘러 피하는 기색이 역력했었지요.
   그러던 분이 전에 없이  살짝살짝 미소를  지으시는 거예
요. 수업 중에 재미나는 이야기가 나오면 입을 활짝 벌리며
"하하하~!" 큰 소리로 웃기도 하시고요.
   전에 없이 웃으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반원들은 물론  담
임 선생님과 저도  그분의 속사정을 또 한 가지 알아차렸습
니다. 할머니의 앞니가 위는 물론 아래까지 다 빠졌다는 것
을요.
   점심시간이면 국수 그릇에  얼굴을 박듯  고개를 푹 숙인
채 바삐 드셨고,  한 번도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말
씀하거나 웃지 않아서  치아 사정을  아무도 몰랐던 겁니다. 
앞니가 하나도 없는 분이 입을 크게 벌리고  "하하~"  웃는 
모습은 마치 하회탈을 보는 것 같아 더 인상적이었지요.
   그렇게 몇 주 지났을 때 담임 선생님이  아주 흥미로운 이
야기를 전했습니다.
   "수녀님, 국수 세 그릇 잡숫는 여학생 아시죠? 지난 주 점
심시간에 우연히 봤는데요, 그분이 아주 달라졌어요.
   국수를 받아 바삐 드시면서  자꾸 고개를 들고  눈으로 누
군가를 열심히 찾으시는 거예요.  왜 그러시나 싶어  도와드
리려고 다가갔지요.
   그런데 국수 줄 맨 뒤에 서 계신 분한테  손짓을 하며  '이
리 오라.'고 부르시더라고요.  맨 뒤에 섰던 분이  영문을 몰
라 하자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이리 와서 이 국수 먹어
요!' 하시고요. 참 신기한 일이죠, 수녀님?"
   찌르르~~,  휴대전화 벨소리를 진동으로 해놓았을 때 같
은 떨림이 온몸으로 퍼져나갔어요.  속으로  '하느님 감사합
니다!'를 외치며  담임 선생님께  부탁을 드렸지요.  무슨 일
이 있는지  그 할머니 주변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봐 달라고요.
   다음 주,  담임 선생님은 뿌듯한 얼굴로 소식을 전해 주었
습니다.
   할머니가  종이나 박스를 주워  고물상에 팔아서  버는 돈
은 하루에 이천 원쯤 된다고 해요.  하루 벌이에서  매일 10
분의 1인  이백 원쯤을 떼어 일주일을 모은 다음  컵라면 세
개를 사신다고요.  컵라면 봉투를 들고  자신보다 더 가난하
고,  몸을 움직이기도 어려운 분을  찾아가신 할머니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컵라면 두 개를 끓여  두 분이  함께
드신대요.  나머지 한 개는  나중에 그분이 드시도록 남겨두
고 오신다고요.
   세상에! 성경공부 숙제로 드린 '결심 하나 세우기'가 이토
록 아름답고도 귀한 나눔의 실천으로 이어지다니 너무 감사
하고 고마워서 가슴이 쿵쿵 뛰었습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시고자  사랑과 자비를 베푸신
예수님,  하회탈 할머니의  선행도  이미 다 알고 계실  주님
께 찬미 기도를 바치고자 저는 얼른 성전으로 향했습니다.
   담임 선생님 주변을 통해  폐지 줍는  할머니의 나눔 소식
이  빠르게  전해졌나 봅니다.  다음 주 수업을 하려고  성당
에 들어서다 보니 커다란 비닐 봉투나  작은 박스를 손에 든
봉사자들이  성당 뒤편 종이류 모으는 곳으로 들락날락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지요. 폐지 줍는 할
머니가  좀 더 손쉽게  종이를 모을 수 있도록  각자  집에서
종이나 상자들을 모아 성당으로 가지고 온 겁니다.  한 달쯤
뒤, 담임 선생님한테 더 반가운 이야기를 들었어요.
   폐지 할머니의 나눔과,  그 할머니를 돕기 위해  성경공부
봉사자들이 폐지를 모아 성당에 가져다 놓는다는 것을 본당
신부님이 알게 되셨답니다.  신부님이  강론 시간에  신자들
한테 그 얘기를 전해서  이제는 신자들도  폐지를 모아 성당
에 가져온다는 거죠.  덕분에 할머니는 온 동네를 헤매지 않
고 성당 한 곳에서만도 수북하게 폐지를 모아 가신다고요.
   하지만 할머니는 신자들의  이런 조용한 도움을 모르신대
요.  그저 성당에서 나오는 종이가 많아져서  너무 좋아하며
거두어 가신다고요.
   조용한 연못에 퐁당,  조약돌을 던지면  수면에 파문이 일
면서 물 동그라미가 생기지요.  돌이 떨어진 자리에서  조그
맣게  시작된 물 동그라미는 연이어  조금씩 밖으로  퍼져나
가며 아름다운 동심원을 만듭니다.  하느님의  큰 사랑 덕분
에 처지나 형편은 달라도  누구든지  선행의 동심원을  만들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출처 : 기쁨을주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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