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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문제였습니다 ...
재활용품을 모아 놓는 수녀원 쓰레기장 쪽으로 가다보면 나무토막이 징검다리처럼 놓여있습니다. 비가 온 날에 질퍽한 땅을 밟지 않도록 그리고 산책길처럼 갈 수 있도록 해 놓은 배려입니다.
그런데 그 길을 걸을 때마다 자꾸만 투덜거리게 됩니다. 나무가 놓인 간격이 제 보폭과 맞지 않아서 뭔가 어설픈 걸음을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씩 밟기에는 너무 가깝고 두 개씩 건너뛰자니 또 너무 멀기만 합니다.
그래서 그 길을 걸을 때면 처음 그 곳을 공사하신 분들 흉을 보게 됩니다. 깔아놓고 한 번도 밟아보지 않았거나 사람들의 보폭에 대한 관찰을 하지 않았거나 그냥 대충 간격 맞추어 자리 잡았다고 말입니다.
좀 덥다 싶은 그날도 쓰레기 정리를 하러 갔더랬습니다. 같이 갔던 수녀님과 분리수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날과 다르게 뭔가가 편안합니다. 분명 제 보폭과는 맞지 않던 나무 발판인데 엇박자가 아닌 제박자로 또박 또박 밟히고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 싶어 찬찬히 보니 마음이 여유를 부리고 있습니다. 늘 급하던 마음이 속도를 늦추니 걸음도 차분해집니다. 조금 여유 있게 옆에 있는 나무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다보니 제 걸음에 딱 맞는 자리에 나무 발판이 놓여있습니다.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 길을 걸을 때면 급한 마음 늦추고 짧은 시간이지만 여유를 가져보길 바랐던 누군가의 마음을 너무 헤아리지 못했다 싶습니다. 늘 성급했던 저의 마음 때문에 여기 저기 사람들 마음이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걱정도 됩니다.
5월, 송봉모 신부님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기꺼이 시간을 허락해 주신 송봉모 신부님과 성악가, 연주자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먼 걸음 마다 않고 기꺼이 달려와 주시고 협소한 공간의 불편함들을 묵묵히 참아 주셨던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점심 김밥도 너무 맛있게 드셔 주셔서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그리고 넉넉하지 못한 공간 때문에 참석하고 싶으셨던 간절한 마음들을 받아 드리지 못해 내내 안타까움으로 남습니다. 서운하셨을 마음 앞에 저희의 죄송한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이제, 강연회의 감동을 이어가고자 그날의 은혜로움과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담아 음반으로 만들었습니다. 신부님 목소리에 담긴 치유의 힘이 더 많은 분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