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 김홍언 신부님
고양이의 동공처럼
강렬한 빛에서는
수축되어 한없이 커지는 조리개처럼
빛이신 주님 앞에서는 점점 작아지고
어둠에서는 무사처럼 커질대로 커져
어둠을 이기는 빛의 자녀이게 하소서
사진기의 조리개처럼
셔터의 찰나에
어둠의 상자에 빛이
까만 필름에 영상으로 각인되어
산뜻한 형상이 나타나듯이
저의 이 어둡고 추운 밤의 영혼에
당신의 빛으로 당신의 모습을 각인하게 하소서
어둠의 자식인 박쥐처럼
당신의 빛 앞에서는 까막눈이 되어버렸습니다
당신의 빛으로 당신을 뵙고 조명되어
당신의 형상으로 거듭나게 하소서
태양을 등지면 어둔 그림자가 생기듯
빛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림자는 더 짙듯이
당신을 외면하고 살아 온 저의 영혼은
어둠 밤을 헤매입니다
갈루피: 시편 Lauda Jerusalem
Baldassare Galuppi (1706-1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