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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식(제102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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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어디선가는 벌써 밤도 익었다하네요. 그래서 그럴까요?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솔솔 올라옵니다. 벌써 며칠 전부터 어디가 좋을까 싶어 마음은 여러 곳을 기웃거립니다. 갈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분명해질수록 마음은 더 간절해집니다. 지도를 펼쳐 보고, 여행 서적도 들여다보며 이곳저곳을 짚어봅니다. 대단한 절경을 보고 싶은 것도 아니고 무조건 놀고 싶어 그러는 것도 아닙니다. 좀 많이 걷다 오고 싶고, 걸으며 생각들과 마주서고 싶어 그럽니다. 내가 딛고 사는 땅을 느끼고, 사물들과 눈 맞추는 시간을 갖고 싶어 그럽니다.
여행은 익숙함이 깨지는 순간이라 합니다. 그래서 저 밑바닥에 납작 엎드려있는 뭔가를 끌어올리기에는 딱 좋은 방법입니다. 무수히 많은 현자들이 길을 떠났고 길 위에 서 있는 영혼들이 그 길 위에서 주님의 목소리를 듣고 깨우침을 얻습니다. 마주선 문제 앞에서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를 놓고 며칠을 끙끙거리다가 길에서 배우고자 합니다.
책들을 살피다가 ‘새벽을 흔들어 깨우리라’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른 순례서적과 달리 영성적인 내용으로 체험을 담아 풀어냅니다. 순례를 위한 영혼의 일깨움에서 시작하여 성경의 순례자를 소개하고 내적 순례에 도움이 되는 수단들도 일러줍니다. 그리고 모든 여행을 거룩하게 하는 법과 순례를 방해하는 것들도 차근차근 들려주고 있습니다. 길을 떠나는 자의 마음은 어떠해야 하는지, 그것이 지니고 있는 행위의 의미는 무엇인지, 하나 둘 마음에 새겨 넣습니다.
잠이 덜 깬 세상의 새벽을 흔들어 깨우듯 막연하게 떠남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던 제게 떠남은 어수선함을 내려놓고 비워낸 사람만이 도전할 수 있는 것이며 빈 마음으로 길에 선 영혼을 향해 주님께서는 말을 걸어온다는 것입니다.
9월, 성지 순례 떠나시기 전 마음 준비를 위하여 ‘새벽을 흔들어 깨우리라’를 꼭 읽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길 위의 순교자이신 최양업 신부님께 전구를 청하며 오늘 각자의 자리에서 걷고 있는 우리의 걸음이 기도가 되고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시간입니다.
바오로딸 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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